유배 행성
유배 행성
어슐러 K. 르귄 지음, 이수현 옮김 / 황금가지

아래 내용은 스포일러일 수도 있으니, 스포일러가 싫으신 분들은 패스하시길......

얼핏 보기에 "유배 행성"은 "로캐넌의 세계"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, 읽다 보면 "로캐넌의 세계"에서 이어지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.
로캐넌이 모험을 하고 뼈를 묻었던 그 별은 여기서 "로카난"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머나먼 세계이고, 로카난에서 시작된 텔레파시 기술은 이제 연맹에 속한 인류들에게는 누구나 배우는 기술이 되었다.

"유배 행성"의 배경이 되는 별은 60년에 한 번씩 공전을 하는 엄청난 세상이다. 인간이 태어나서 같은 계절을 두 번 보기 힘든 곳이다.
오래전에 이 별에는 연맹의 일원이었던 인간들이 찾아왔었다. 그런데 어떤 이유로 연맹과의 연락이 완전히 끊기고, 일부의 인간들이 이유를 찾기 위해 우주선을 타고 떠난 후, 남은 인간들은 완전히 고립되었다. 말 그대로 유배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.
이 별의 원주민인 테바가 보기에 이들, 즉 랜딘의 주민들은 외계인이다. 완전히 다른 문명을 가진 테바와 랜딘은 그냥 그렇게 별다른 교류 없이 1000년을 살았고, 랜딘은 그 수가 점점 줄고 있었다. 원주민과 외계인 사이에서는 자식이 생기지 않았던 것이다.
게다가 랜딘의 율법에 의해 테바와의 문화 교류가 금지된 탓에, 사용하지 않던 랜딘의 과학 기술을 점점 퇴보하고 있는 상태였다. 한마디로 멸종 위기에 처한 것이다.

그 와중에, 겨울이 막 시작될 무렵에, 이들에게 힘을 합치지 않으면 견뎌낼 수 없는 시련이 닥친다. 일종의 수렵 민족인 가알에 뛰어난 지도자가 나타나서 조직적으로 도시를 침략하기 시작한 것이다. 이 작품은 랜딘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인 아가트와 테바의 여인 롤레리의 이야기이다. 이들의 노력으로 두 종족이 힘을 합쳐서 가알과 맞서기 위해 노력하는 모험극이다.

이야기는 일종의 모험극이지만, 그 뒤에는 역시나 인간의 의사 소통에 대한 르귄의 철학이 깔려있다. 랜딘과 테바의 서로 다른 두 문명을 아주 잘 표현하고, 그들이 어떤 식으로 부딪히고 소통하는 지를 그려냈다. 그리고 두 문명이 융합하기 시작하는 과정을 보여준다.

르귄의 작품이 다 그렇듯이,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지만, 문장이 읽는 맛이 나고, 그 뒤에 깔려 있는 작가의 주제 의식이나 실험 의식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.
by SparrowhawK | 2006/02/16 17:10 | | 트랙백 | 덧글(0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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